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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이 나오기까지 [이런 게임패키지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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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이 나오기까지 " 이런 게임패키지가 생각난다.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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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은 대량으로 출시되는 일반 패키지와 달리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제품이다. 소량 생산은 물론이고 내용물과 겉포장 등 소장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배어있는 한정판은 매니아들을 위한 남다른 선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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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or's Edition’, 수집가를 위한 제품이라는 뜻의 한정판 패키지는 원해 매니아를 위해 소량 생산하는 일종의 소장품으로 이해하면 쉽다. 요즘에는 여러 개의 시리즈를 모아 패키지 하나로 묶거나 몇몇 특수 아이템을 담아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하지만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한정판, 스페셜 판을 찍다 보니 요즘에는 오히려 제작되지나 말았으면 하는 작품도 여럿 눈에 띄는 게 현실이다. 이에 한정판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던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한정판이 쏟아지기 시작한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별로 화제가 되었던 패키지 및 한정판을 한자리에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스카치테이프만 있으면 복사 OK, 눈물의 패키지 ‘신검의 전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1987년, 국내 게임 패키지의 창시자격인 ‘신검의 전설’이 애플컴퓨터 버전으로 출시되었다. 아프로만에서 출시된 ‘신검의 전설’ 패키지는 2DD 디스켓 한 장으로 구성, 지금 보면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지만 불법복제 소프트웨어가 판을 치던 당시로서는 몇 안 되는 판권소유 게임이었다는 점에서 국내 게임 패키지 역사의 산 증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당시 ‘신검의 전설’은 최초의 국산 게임 패키지라는 기대 속에도 불구하고 실패의 쓴잔을 마셔야만 했다. 이유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불법복제 문화 때문. 더욱이 프로그램 내에 암호화 체계를 삽입하는 기술이 전무후무했던 시절인지라 5.25“ 디스켓 복사 방지탭에 스카치테이프만 붙이면 누구라도 쉽게 복사가 가능했다. 지금은 사이오넥스에 몸담고 있는 당시 ‘신검의 전설’ 개발자 남인환 씨는 “천신만고 끝에 유통사와 판권계약을 마쳤으나, 소비자는 물론 유통사 스스로도 정품을 팔겠다는 의지가 부족했다”고 당시의 고충을 밝혔다.

국내 게임 패키지의 산 증인 '신검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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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면 웃음 나오는 전설(?)의 게임 패키지들

우리나라 게임 패키지는 동서게임채널과 SKC가 주름잡았던 1990년대 들어 다양성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양말 패키지에 게임을 담아 게이머들의 비난을 샀던 ‘레드얼럿’을 비롯해 추억을 되살리는 ‘하드볼’ 시리즈, 특별 선물인 요요를 담아 게이머들의 지갑을 열게 했던 ‘크론도의 배신자’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내용의 게임 패키지도 여럿 등장하곤 했다. 또한 이 시절에는 국내 최초의 게임 모음집 ‘동서 미니팩 골드 배틀 체스 4000’가 출시되기도 했다. 최근 그럴싸하게 포장돼 출시되는 배틀 체스와는 현격히 차이가 나는 부분이지만, 최초의 주얼게임이라는 점에서 당시 ‘동서 미니팩 골드’는 꽤 쏠쏠하게 팔려나가는 효자상품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게임 패키지가 점차 활성화되고, 1993년 들어 심의제도가 도입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국내 게임산업은 불법복제라는 암적 문화의 영향을 받아 빛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더욱이 게임을 단순한 ‘오락’, ‘공부를 방해하는 요소’ 등으로 매도한 사회적 인식 때문에 국가에서 실시하는 심의제도 역시 허점이 많았다. 마치 게임을 비디오테이프처럼 인식한 탓에 성인용은 빨간 띠, 청소년용은 초록색 띠를 둘러 게이머들의 구매의욕을 깎아내렸을 뿐만 아니라 등급 심의 자체도 매우 엄격히 실시되었다. 때문에 이 시절 많은 게임이 국내에 출시되지도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허다했으며 일부 매니아를 중심으로 한 직수입 패키지가 불법복제되어 배포되는 현상도 비일비재했다.

요요 잿밥으로 관심을
끌게 했던 ‘크론도의 배신자’
박찬호, 김병현도 당시에는
이 게임을 했다.(?)
생산단가를 줄이 위해
양말케이스를 이용한 ‘레드얼럿’
국내 최초의 배틀 체스,
그래도 인기는 좋았다



비디오테이프에 동영상을 담았던 '7번째 손님'

게임을 담는 미디어가 디스켓에서 CD롬으로 바뀌던 시절, 당시 환상적인 그래픽과 절묘한 분위기 묘사로 화두에 올랐던 ‘7번째 손님’은 동영상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패키지에 넣어 눈길을 끌었다.
‘7번째 손님’은 당시 캐시삽입 방식의 1배속 CD롬이 고가에 팔리던 시절, CD 2장이라는 방대한 용량을 뽐내며 한국 땅을 밟았다. 특히 당시에는 멀티미디어 제작기술이 턱없이 빈약했던 시절인지라 지금은 CD에 기록되는 동영상을 비디오테이프에 담아 제공하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한 다운로드 방식으로 제공되는 요즘을 생각하면 코웃음 칠만한 일이지만 당시 ‘7번째 손님’의 유통사인 동서게임채널은 이 비디오테이프 하나 때문에 수많은 매니아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다만 비디오테이프 화질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게임패키지에 비디오테이프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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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한정판 시대 돌입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으로 접어들면서 게임 패키지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게임 제작기술은 물론 제품을 포장하는 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해 번쩍번쩍 빛나는 패키지, 올록볼록 엠보싱 처리된 패키지 등 그 종류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또한 게임 패키지 안에 게임 CD뿐만 아니라 사운드트랙, 동영상 등을 담은 CD나 두꺼운 매뉴얼, 기타 여러 가지 내용물을 집어넣어 판매되기도 한다.
특히 소량만 생산되는 컬렉터즈 에디션, 일명 한정판으로 불리는 수집가용 제품은 특별한 소장가치가 부여되기도 해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물건’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최근에 나온 한정판 역시 뛰어난 제품이 많아 많은 게이머가 탐을 내기도 했지만 몇몇 타이틀은 ‘컬렉터즈 에디션’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민망할 정도로 구성물이나 내용이 형편없는 제품이 많아 매니아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게 전부 얼마인가? 돈 주고도
사기 힘든 컬렉터스 에디션


앗! 이런 디아블로2도 있었나?

“스타크래프트를 잇는 제 2의 국민게임”, “국내 판매 최단기간 200만 카피 돌파”, “서버 불안으로 인한 아이템 복사 파동”. 디아블로2는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판매율과 인기를 누리며 지금까지 인기순위 정상을 달리고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사진에 나온 디아블로2 한정판 패키지를 실제 구경한 게이머는 몇 사람이나 될까?
디아블로2 컬렉터즈 에디션을 제작한 블리자드는 인터넷 예약판매를 통해 꼭 7만 카피만 한정으로 판매했다. 당연히 국내에는 출시된 적도 없을뿐더러 한정판이 출시된다는 소식과 주문할 판매처도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게임 수집가들은 미국 온라인쇼핑몰에 직접 주문하는 수고를 들이면서도 제품을 구입해 결국 극소량만 국내에 유입되었다.
제품 고유번호가 찍혀있는 ‘디아블로2 컬렉터즈 에디션’은 겉포장부터 일반판과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제품 박스는 일반판의 1.5배 크기이며 겉 표면은 번쩍번쩍, 올록볼록한 유광 엠보싱 처리가 되어있다. 비범함이 느껴지는 케이스를 천천히 열어보면 일반판에 없는 내용물로 가득하다.
3장으로 구성된 게임CD는 금색 글씨로 인쇄되어 일반판 CD보다 고급스러움을 더했으며 동영상이 담긴 DVD와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제작자 사인북, D&D(던전&드래곤즈) 룰이 적힌 책과 주사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마디로 소장가치가 듬뿍 담긴 패키지라 할 수 있으며 현재는 돈 주고도 사기 힘든 귀한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푸짐한 한정판 내용물,
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도
요즘은 신빙성이 없다







한정판이 나오기까지 " 이런 게임패키지가 생각난다. " (4/5)



게임 진열대에 두툼한 백과사전이?

언뜻 보면 두툼한 백과사전처럼 생긴 ‘발더스게이트2: 쉐도우 오브 앰’ 한정판은 국내 유통사인 어비스인터랙티브와 디자인 전문회사 파이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제품으로 국내에서 제작했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소장가치를 지녔다. 푸짐하고 뭔가 특별해 보이는 케이스 덕분에 제작초기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 제품은 게임 CD 4장과 컬렉터즈 에디션 로고가 붙은 특별 CD 1장, 천과 종이 재질의 지도 2장, 스프링노트 매뉴얼, 키패드, 발더스게이트2 오리지널 티셔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패키지 뒷면의 금속 로고부분에는 예약 주문한 게이머의 이름을 직접 새겨 놓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패키지로서의 소장가치를 높였다.
한정판을 제작한 어비스인터랙티브는 발더스게이트 시리즈의 매니아를 위해 영원히 기억될만한 패키지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당시 500카피만 한정 제작된 ‘발더스게이트2’ 컬렉터즈 에디션은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소비자 가격은 55,000원으로 다소 높은 편이었지만 제품은 나오기가 무섭게 매진되는 사태를 겪었다.
종합적으로 ‘발더스게이트2’ 한정판은 계산된 업체 측의 상술이라기보다는 진정 매니아들이 원하는 컬렉터즈 에디션이 어떤 것인지를 딱 꼬집어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다.

부모님께 영어 사전
산다고 돈 받아도 될 듯?
한정판 제작을 위해
2주일 동안 밤을 샜다고 한다.


'양피지' 때문에 시끌벅적했던 문멍3

‘시드마이어의 문명3’ 스페셜판은 영문번역 상의 오류와 잘못된 제품 소개 문구 등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던 대표적인 경우다. 국내 유통사인 인포그램즈코리아는 최초 제품 소개 문구에 ‘양피지 느낌이 드는 디자이너 노트’를 ‘고급 양피지 재질의 테크트리’로 표기, 제품 발송 후 많은 게이머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맞았으며 게임CD 케이스 역시 무료배포용 종이케이스를 사용해 눈총을 받았다

결국 플라스틱 CD케이스와 한글판 매뉴얼 등을 예약구매자 전원에게 배포해 입을 막긴 했지만 업체 측에서는 예상치 못한 추가 물량에 따른 금전적 손해, 게이머들 측면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제품 구성 등으로 구설수에 휘말렸던 제품이다.
문명3 한정판은 철제 케이스에 게임CD와 영문 매뉴얼, 제작자의 디자이너 노트, 동영상 CD, 접이식 테크트리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나중에 한글 매뉴얼과 플라스틱 CD케이스가 추가되었다. ‘문명3’ 한정판을 놓고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게이머들 역시 아쉬움이 많았던 제품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정판이라고 보기엔
다소 아쉬움이 많았던 문명
철제 케이스, 배송 도중
찌그러진 물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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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총이 패키지 안에 들어있다(?)

한정판 패키지 값보다 안에 들어가는 내용물 하나 값이 더 비싸다면? 게이머 입장에서는 구입을 망설일 필요가 없을뿐더러 장사꾼 입장에서는 전량 구입한 뒤 게임 따로, 내용물 따로 팔아도 남는 장사가 될 게 뻔하다. 하지만 카마엔터테인먼트는 이 같은 무리수를 ‘테이크다운’ 한정판에 쏟아 부었다. 로그스피어 엔진을 수입해 국내에서 제작된 게임, ‘테이크 다운’ 한정판은 펌프식 총기 완구가 포함되는 바람에 무려 1미터를 넘는 크기로 제작, 국내에서 시판된 한정판 사상 가장 큰 사이즈로 기록되었다.
제품은 게임 CD와 매뉴얼, 고유번호가 내장된 인식표(군번), 양장집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여기에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 사상 최고의 무기로 평가받은 ‘L85A1 Enfield'의 1:1 크기 총기가 포함되었다. 패키지에 삽입된 펌프식 BB탄 모형 총기는 시중에서 4만 5천원 상당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으로서 한정판 패키지 값(3만 9천원)을 훌쩍 뛰어넘는 값이다. 다행히 2,000 카피 한정으로 제작한 탓에 공급가를 할인된 값에 매입, 그나마 손해는 줄였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군침을 삼키지 않을 수 없는 제품구성이었던 것이다.

< 테이크다운 >
게임 값보다 더 비싼 총기완구가 들어있다.


표절시비 때문에 더 귀해진 악튜러스

긴 제작기간과 잇따른 출시연기로 말미암아 게이머들의 원성을 피할 수 없었던 ‘악튜러스’는 조기 한정판 출시로 이를 만회하고자 했던 대표적인 경우다. 당시 유통사인 위자드소프트와 제작사 손노리, 그라비티는 ‘악튜러스’의 정식 출시일보다 며칠 앞서 한정판을 출시, 게이머들의 만족을 위한 노력을 내비쳤으나 어처구니없이도 제품 내에 포함된 일러스트가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 바람에 예약주문자는 물론 매장에 깔려있던 제품까지도 전량 회수되는 소동을 겪었다.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기간이라고 해 봤자 제품발매일로부터 표절시비가 터지기 전까지인 불과 3일 정도? 덕분에 표절시비에 휘말렸던 ‘악튜러스’ 한정판은 더 이상 팔지도 사지도 못한 희귀품이 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게임 CD와 버튼, 천으로 제작된 포스터, 페이퍼 매직, 목도리 등으로 구성된 ‘악튜러스’ 한정판은 희소가치가 몇 배는 높아져, 한 때 유명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1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 악튜러스 >
표절시비 때문에 값이 껑충 뛰어버린 악튜러스



인종차별한 울펜 한정판, 가방으로 입 막다(?)

‘1인칭액션게임의 원조’라는 명성을 등에 업고 출시된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 한정판은 아시아퍼시픽 버전이라는 내용물 빠진 패키지로 국내 FPS 매니아들의 한숨을 자아내게 만든 제품이다. 당초 국내 유통사인 비스코는 아시아퍼시픽 버전에 개발자 인터뷰, 사운드트랙, 동영상이 담긴 메이킹 CD와 울펜슈타인 뱃지가 빠진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계약을 체결, 국내에 400카피 한정으로 예약 판매를 실시해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국내 유통사 측에서는 제품이 빠진 것에 대해 북미와 유럽버전에는 모두 포함된 것이 유독 아시아퍼시픽 버전에만 빠질 이유가 없다고 액티비전에 반문했지만, 액티비전은 사전 공지한 바도 없이 “원래 아시아퍼시픽 버전은 내용물이 다른 것”이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아시아퍼시픽 버전에만 두 가지 내용물을 뺀 것은 사전에 공지를 하지 않은 액티비전의 잘못이 1차적이지만 업무진행상 내용물을 100% 확인하지 못한 국내 유통사도 잘못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얘기. 결국 비스코는 당초 예정된 울펜 뱃지와 이와는 별도로 울펜 로고가 새겨진 가방을 제작해 예약구매자들의 흥분을 가라앉혔지만 제대로 된 한정판을 원하는 매니아들에게서 쏟아지는 비난은 피할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던 울펜슈타인 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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