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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에 사로잡힌 매니아들이여 반성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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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한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게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하는 진부한 의문을 품게 된 것이다. 우리는 서로 해본 게임들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A군이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라는 게임에 관해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B라는 친구가 “난 그거 중간정도에서 그만뒀는데...”라고 말하자 A친구는 목소리를 높이며 이렇게 얘기했다.

“야! 엔딩도 안봤으면서 이 게임 해봤다고 그러지마\"

또 다른 예도 들어주길 바란다. 최근 내가 즐겨서하는 온라인 게임은 라그나로크인데 이것을 함께하는 파티들과 몇몇 친구들을 만나 저녁식사를 나누면서 이야기하던 중 나왔던 얘기이다. C라는 친구는 [에버퀘스트]를 즐기고 있는데 라그나로크를 굉장히 평가절하하는 얘기를 했다. 에버퀘스트는 시간이 지나도 신선하고 끝이 보이지 않지만 라그나로크는 한달만 즐기면 더 이상 할 것이 없다는 것. 이 친구는 계속해서 대부분의 국산 온라인 게임은 할 가치가 없는 단순 노가다성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꺼냈다.

“수많은 사람들이 왜 무의미한 막노동 게임을 잡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위의 두가지 사례를 겪고 난 나는 C라는 친구가 한 ‘무의미’라는 말이 신경쓰였다. 게임을 하는데 있어서 ‘의미’란 무엇이며 ‘무의미’란 무엇이란 말인가? 게임을 하는데 있어서 엔딩을 보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며 그렇지 않고 중간에 포기한다면 ‘무의미’한 일인가? 아니면 항상 새로운 것이 등장하며 끝이 보이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며 단순히 레벨을 올리기 위한 노가다만을 반복해야하는 게임은 ‘무의미’한 것인가? 누군가 에버퀘스트와 라그나로크라는 게임 중 어느 것의 완성도가 더 높은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전자라고 답변할 것이다. 하지만 이 두개의 게임 중 어느 것이 더 ‘의미’있는 게임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질문이 너무 웃겨서 배꼽을 잡고 땅에서 뒹구를지도 모르겠다. 말장난을 좀 하자면 그렇게 물어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기 때문이다.

게임자체를 즐긴다는 말을 이해하는 게이머들은 많지 않은 듯 하다. 아니 오히려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게이머들이 모순(게임의 완성도를 비교하면서 정작 비난하는 게임은 깊이 해보지 못한)에 사로잡혀 게임의 완성도를 운운하고 게임에 의미와 무의미를 부여한다. 즉 라이트유저들은 게임의 완성도를 따지지 않고도 그들만의 공간에서 즐겁게 게임자체를 즐기면서 의미있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들이 즐기고 있는 게임을 깊히 해보지도 않고 게임의 겉모습으로 인한 완성도를 논하면서 매니아들은 게임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들의 공간(일반 게이머들이 즐기는 온라인 게임)에서 의미를 구축하고 있는 게이머들에게 그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비난하며 불쾌감을 준다.

독자들도 많이 경험해봤을 것이다. 자신은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게임을 재밌게 하고 있는데 해보지도 않고 겉모습과 인기도만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사람도 얼마 안하고 인기도 없는 게임 왜하냐?”라고 쉽게 말해버리는 다른 사람들의 비난을. 게임이란 것이 누구에게나 똑같은 재미를 줄 수 없고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취향 또한 다양하기 때문에 이러한 막무가내식의 비난은 개그콘서트의 소재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출출해서 김치라면을 먹고있는 당신에게 누군가 “야 맛도 없고 팔리지도 않는 김치라면을 왜먹냐? 맛있고 가장 많이 팔리는 신라면이 있는데!”라고 말하면 황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따라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게임은 자신이 즐긴 부분까지가 의미이며 어디까지 했던 어떤 게임을 했던 자신에게 재미가 있고 즐거웠다면 그 이상의 의미는 부여받을 수 없다. 전체적인 게임의 완성도와 엔딩의 감동 등이 게임을 즐기는 순간순간의 즐거움이라는 의미를 빼앗을 수는 없다. 내 말이 틀리다고 생각한다면 난 그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레벨업이 되는 순간의 기쁨이나, 굉장히 값비싼 아이템을 얻게되는 순간의 즐거움, 게임을 처음 구입하는 순간의 즐거움과 풀지못한 퍼즐을 한참동안 헤매다가 해결해낸 순간의 즐거움들... 이것들보다 더 값진 게임의 의미를 나에게 설명해줄 수 있겠는가?... \"

<금강선/ 게임메카 비디오게임 담당으로 `언제나 게임과 함께하는 인생`을 꿈꾸는 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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