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과 관련해 이 생각 저 생각 어려운 컬럼을 준비하는 와중에 문득 지난 시절 내가 겪었던 게임 중독 초기증상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사실 나는 장르와 게임성을 따지지 않고 게임에 중독되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웬만하면 온라인 게임을 시작하지 않는 이유도 게임하느라고 행여 일에 지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아니 ‘행여’라는 단어보다는 ‘거의’라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1.학창시절(순진한 나를 타락의 구렁텅이로 몰고 간 코브라미션)
지금으로부터 15년 쯤 지났을까? 당시로써는 신기하기만 했던 애플 컴퓨터를 어렵사리 구한 나는 로드런너를 시작으로 울티마, 위자드리, 마이트 앤 매직 등 지금 보면 코웃음 칠만한 게임에 미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단순한 액션 게임보다는 골치 아픈 롤플레잉 게임을 좋아했던 점을 보면 ‘될 성 싶은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옛말이 전혀 틀린 말이 아닌 듯싶다(^^;).
어쨌든 이 게임 저 게임 아무생각 없이 빠져들던 나는 게임을 위해 애플, MSX 2, 메가드라이브 등을 연달아 갈아 치웠고(물론 부모님께 시험점수를 끌어올린다는 전제를 깔아놓은 상태였다) XT와 AT를 거치면서 게임 중독은 점점 심각한 수준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특히 현란한 그래픽과 노골적인 성 묘사를 보여준 ‘코브라 미션’은 한창 호기심 많던 사춘기 소년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줄거리와 직접적으로 노출된 성애장면을 빼더라도 나름대로 긴장감을 부여한 전투장면은 당시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다만 게임하다가 누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잽싸게 리셋버튼을 눌러야 하는 순발력이 필요한 게임이었다.
이 외에도 학창시절 나를 미치게 했던 게임으로는 ‘삼국지’ 시리즈와 ‘원숭이 섬의 비밀 2’,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시험 기간 중에는 친구들 여러 명이 모여 하루 종일 삼국지를 즐기느라(당시 대부분의 시험은 오전에 끝났다) 학점 평균이 선동렬 전성기 시절의 방어율에 육박하는 현상을 초래하기도 했다.
2.사회에 진출한 뒤(원고 마감하며 밤새도록 게임을...)
예전보다 게임할 시간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나의 게임 중독증을 막지는 못해 다른 사람은 쉽게 중독되기 힘든 액션 게임에 미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1인칭 액션 게임 ‘퀘이크 3’에 중독되기까지는 동료 기자들의 역할이 컸다.
식사 후 한 게임, 심심할 때 한 게임, 심지어 원고 마감일이 하루 이틀 다가와 극도의 심리적 긴장상태에 빠져 있을 때도 내 PC의 스피커에서는 통렬한 폭발음과 비명소리가 교차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남들은 뭐 그런 게임을 죽도록 하느냐는 식으로 이해 못할 표정을 지었지만 다른 건 몰라도 게임만큼은 지고 못사는 이상한(?) 성격 탓에 하루하루 실력은 늘어만 갔다.
이렇듯 퀘이크에 중독된 나는 평소에도 오른손에는 마우스, 왼손은 키보드 좌측 상단의 키에 자연스럽게 손이 올라가는 현상이 버릇처럼 발생했다. 당연히 눈빛은 초점을 잃고 입은 반쯤 벌인 채... 일부에서는 ‘순풍산부인과’ 오지명을 흉내내는 것 같다며 조롱하기도 했다. 어쨌든 결국 10여 명 가까운 동료 기자들을 모두 해치우고 다른 부서의 실력자들까지 평정한 나는 프로게이머 인터뷰 코너를 자청해서 숨어있는 프로 퀘이커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빙자한 실력 쌓기에 돌입했다.
역시 프로는 달랐다. 퀘이커들 사이에서는 신화처럼 여겨지는 존재들, 파워케이 김민우를 비롯한 엘란 박형재, 쉬바 윤도민, 카린 전명호, 디스킬 서원갑 등 쟁쟁한 프로게이머들과 대전을 벌이며 연거푸 고배를 마신 나는 차라리 기자의 신분을 벗고 좀더 실력을 쌓아 프로게이머로 전향 해 볼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현실을 망각한 처사라느니, 나이 먹고 뭐하는 짓이냐느니 등등 주변의 만류를 따끔하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 후 시간이 흐르고 회사를 옮기면서 함께 퀘이크를 할 사람이 없자 중독현상은 말끔히 사라졌다. 어떤 게임이든지 함께할 사람이 없으면 흥미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시기였다.
3. 팀장님 죄송합니다. 지금도 중독이거든요
지금도 나는 게임에 중독되어 있다. 밤새도록 게임하고 낮에 취재 다니려면 솔직히 피곤한 것도 사실이다(아직은 젊기 때문에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나는 아직 미혼이고 딱히 사귀는 여자친구도 없는지라 술 마시는 날이 아니면 거의 대부분 새벽 3-4시까지 게임을 즐긴다. 요새 내 마음을 쏙 빼앗아 간 게임은 제 2의 국민 게임이라 불리는 ‘디아블로 2’. 얼마 전부터는 테스터란 명목으로 확장팩 ‘파괴의 군주’에 푹 빠져있다.
연휴기간에 마음먹고 캐릭터를 키우다보니 이틀 만에 레벨 80 가까이 키우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친구들 대부분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음 같아서는 그만두고 싶지만 집에 퇴근하면 무의식적으로 배틀넷에 접속하는 내 모습이 게임중독자가 아니면 무엇일까?
요새는 국산게임 ‘열혈강호’가 탐나 보인다. 원작 만화를 너무도 좋아했던지라 자연스레 호기심이 이끌린다. 공략은 객원기자가 하고 있지만 아마도 진행속도는 내가 더 빠르지 않을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게임이 일방통행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여러 번 클리어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 같다.
에필로그
초고속 통신망의 빠른 보급과 PC방 열풍, 몇몇 패키지 게임과 온라인게임의 폭발적 인기로 말미암아 게임중독증이란 사회적, 정신적 신종 증후군이 생겨난 지도 몇 년이 지났다. 그간 게임에 중독되어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무수히 공개되었다.
학업에 지장을 미쳐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을 비롯해 아이템 현금거래와 관련되어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 게임이 부부간의 불화를 일으켜 이혼까지 이른 사람, 심지어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해 목숨을 잃는 사람도 생겨날 만큼 게임 중독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게임 중독증은 의외로 우리들 주변 가까운 곳에 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게임에 대한 애착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지각색의 게임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물밀 듯이 출시되는 요즘의 경우는 더더욱 심각하리라 생각된다.
내 경우는 비교적 양호한 셈이다. 다행히 끈기 없고 항상 새로운 것을 쫓는 성격인지라 게임 하나에 목숨을 걸만큼 중독된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도 게임 중독증을 벗기 위한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조금만 현실적으로 판단하고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리 심각한 중독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앞으로는 또 어떤 게임에 중독되어 볼까 기대를 하며 부디 게임메카 회원들 중에는 게임에 목숨을 걸만큼 심각한 게임중독증 환자가 없기를 바래본다.
사실 나는 장르와 게임성을 따지지 않고 게임에 중독되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웬만하면 온라인 게임을 시작하지 않는 이유도 게임하느라고 행여 일에 지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아니 ‘행여’라는 단어보다는 ‘거의’라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1.학창시절(순진한 나를 타락의 구렁텅이로 몰고 간 코브라미션)
지금으로부터 15년 쯤 지났을까? 당시로써는 신기하기만 했던 애플 컴퓨터를 어렵사리 구한 나는 로드런너를 시작으로 울티마, 위자드리, 마이트 앤 매직 등 지금 보면 코웃음 칠만한 게임에 미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단순한 액션 게임보다는 골치 아픈 롤플레잉 게임을 좋아했던 점을 보면 ‘될 성 싶은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옛말이 전혀 틀린 말이 아닌 듯싶다(^^;).
어쨌든 이 게임 저 게임 아무생각 없이 빠져들던 나는 게임을 위해 애플, MSX 2, 메가드라이브 등을 연달아 갈아 치웠고(물론 부모님께 시험점수를 끌어올린다는 전제를 깔아놓은 상태였다) XT와 AT를 거치면서 게임 중독은 점점 심각한 수준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특히 현란한 그래픽과 노골적인 성 묘사를 보여준 ‘코브라 미션’은 한창 호기심 많던 사춘기 소년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줄거리와 직접적으로 노출된 성애장면을 빼더라도 나름대로 긴장감을 부여한 전투장면은 당시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다만 게임하다가 누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잽싸게 리셋버튼을 눌러야 하는 순발력이 필요한 게임이었다.
이 외에도 학창시절 나를 미치게 했던 게임으로는 ‘삼국지’ 시리즈와 ‘원숭이 섬의 비밀 2’,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시험 기간 중에는 친구들 여러 명이 모여 하루 종일 삼국지를 즐기느라(당시 대부분의 시험은 오전에 끝났다) 학점 평균이 선동렬 전성기 시절의 방어율에 육박하는 현상을 초래하기도 했다.
2.사회에 진출한 뒤(원고 마감하며 밤새도록 게임을...)
예전보다 게임할 시간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나의 게임 중독증을 막지는 못해 다른 사람은 쉽게 중독되기 힘든 액션 게임에 미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1인칭 액션 게임 ‘퀘이크 3’에 중독되기까지는 동료 기자들의 역할이 컸다.
식사 후 한 게임, 심심할 때 한 게임, 심지어 원고 마감일이 하루 이틀 다가와 극도의 심리적 긴장상태에 빠져 있을 때도 내 PC의 스피커에서는 통렬한 폭발음과 비명소리가 교차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남들은 뭐 그런 게임을 죽도록 하느냐는 식으로 이해 못할 표정을 지었지만 다른 건 몰라도 게임만큼은 지고 못사는 이상한(?) 성격 탓에 하루하루 실력은 늘어만 갔다.
이렇듯 퀘이크에 중독된 나는 평소에도 오른손에는 마우스, 왼손은 키보드 좌측 상단의 키에 자연스럽게 손이 올라가는 현상이 버릇처럼 발생했다. 당연히 눈빛은 초점을 잃고 입은 반쯤 벌인 채... 일부에서는 ‘순풍산부인과’ 오지명을 흉내내는 것 같다며 조롱하기도 했다. 어쨌든 결국 10여 명 가까운 동료 기자들을 모두 해치우고 다른 부서의 실력자들까지 평정한 나는 프로게이머 인터뷰 코너를 자청해서 숨어있는 프로 퀘이커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빙자한 실력 쌓기에 돌입했다.
역시 프로는 달랐다. 퀘이커들 사이에서는 신화처럼 여겨지는 존재들, 파워케이 김민우를 비롯한 엘란 박형재, 쉬바 윤도민, 카린 전명호, 디스킬 서원갑 등 쟁쟁한 프로게이머들과 대전을 벌이며 연거푸 고배를 마신 나는 차라리 기자의 신분을 벗고 좀더 실력을 쌓아 프로게이머로 전향 해 볼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현실을 망각한 처사라느니, 나이 먹고 뭐하는 짓이냐느니 등등 주변의 만류를 따끔하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 후 시간이 흐르고 회사를 옮기면서 함께 퀘이크를 할 사람이 없자 중독현상은 말끔히 사라졌다. 어떤 게임이든지 함께할 사람이 없으면 흥미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시기였다.
3. 팀장님 죄송합니다. 지금도 중독이거든요
지금도 나는 게임에 중독되어 있다. 밤새도록 게임하고 낮에 취재 다니려면 솔직히 피곤한 것도 사실이다(아직은 젊기 때문에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나는 아직 미혼이고 딱히 사귀는 여자친구도 없는지라 술 마시는 날이 아니면 거의 대부분 새벽 3-4시까지 게임을 즐긴다. 요새 내 마음을 쏙 빼앗아 간 게임은 제 2의 국민 게임이라 불리는 ‘디아블로 2’. 얼마 전부터는 테스터란 명목으로 확장팩 ‘파괴의 군주’에 푹 빠져있다.
연휴기간에 마음먹고 캐릭터를 키우다보니 이틀 만에 레벨 80 가까이 키우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친구들 대부분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음 같아서는 그만두고 싶지만 집에 퇴근하면 무의식적으로 배틀넷에 접속하는 내 모습이 게임중독자가 아니면 무엇일까?
요새는 국산게임 ‘열혈강호’가 탐나 보인다. 원작 만화를 너무도 좋아했던지라 자연스레 호기심이 이끌린다. 공략은 객원기자가 하고 있지만 아마도 진행속도는 내가 더 빠르지 않을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게임이 일방통행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여러 번 클리어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 같다.
에필로그
초고속 통신망의 빠른 보급과 PC방 열풍, 몇몇 패키지 게임과 온라인게임의 폭발적 인기로 말미암아 게임중독증이란 사회적, 정신적 신종 증후군이 생겨난 지도 몇 년이 지났다. 그간 게임에 중독되어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무수히 공개되었다.
학업에 지장을 미쳐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을 비롯해 아이템 현금거래와 관련되어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 게임이 부부간의 불화를 일으켜 이혼까지 이른 사람, 심지어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해 목숨을 잃는 사람도 생겨날 만큼 게임 중독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게임 중독증은 의외로 우리들 주변 가까운 곳에 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게임에 대한 애착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지각색의 게임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물밀 듯이 출시되는 요즘의 경우는 더더욱 심각하리라 생각된다.
내 경우는 비교적 양호한 셈이다. 다행히 끈기 없고 항상 새로운 것을 쫓는 성격인지라 게임 하나에 목숨을 걸만큼 중독된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도 게임 중독증을 벗기 위한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조금만 현실적으로 판단하고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리 심각한 중독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앞으로는 또 어떤 게임에 중독되어 볼까 기대를 하며 부디 게임메카 회원들 중에는 게임에 목숨을 걸만큼 심각한 게임중독증 환자가 없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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