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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하면 도쿄의 아키하바라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다른 PC 메카도
많다. 오사카는 요코하마에 이어 제 3의 수도로 일컬을 만큼 규모가 큰 도시이다. 이곳에는 일본에서도 제 2의 아키하바라로 불리는
덴덴타운(デンデンタウン)이 자리잡고 있다. 덴덴타운은 도쿄 외에 다른 도시의 PC 환경이나 취향 등을 특색 있게 다룬다는 점에서
요즘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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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덴덴타운으로 향했다. 우리나라의 재래 시장과 비슷한 신세까이를 지나서 덴덴타운에 도착하니 손목 시계가 9시30분을 가리킨다. 덴덴타운은 10시 30분부터 점포가 하나 둘씩 문을 열기 시작해 11시가 넘어야 구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덴덴타운 거리를 걷다보면 우리나라의 용산과 달리 PC와 가전 제품, 게임 등이 곳곳에 서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용산은 선인 21, 22동 컴퓨터, 나진 17, 18동 가전 등 주요 상가를 한데 묶어놓은 것에 비해 덴덴타운은 이리저리 분야가 산재해 있다는 얘기다. 가전 제품 상가 바로 옆이 PC 부품이나 게임 매장 등인 탓에 한 분야만 집중공략(?)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전자 제품을 골고루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매장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제품 값을 붙여놓는 정찰제 판매 방식을 선호한다. 어설픈 일본말로 물어보거나 한푼이라도 깎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점이 용산전자상가와 다르다. 일본에서는 포인트카드 제도가 보편화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적이나 음반, 음식 등을 살 때마다 구매 금액의 일정 비율을 적립해주는 것과 똑같은 제도다. 덴덴타운을 비롯해 인근에 있는 상가에서 제품을 사면 구매 금액의 10∼13% 가량을 적립해주고 다음 방문할 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할인 혜택을 준다. 일본에서는 여권만 제시하면 콜라 1병을 사도 소비세 5%를 면세 받을 수 있는 곳이 많다. 포인트카드가 필요 없는 외국인에게는 아예 제품 값을 깎아주는 곳도 많다. 정찰제지만 이런 면세혜택을 받으려면 다리품은 조금 팔아야 한다. 쇼핑할 때 절대로 가면 안 되는 곳도 있다. 우메다 역에 있는 '요도바시 우메다'가 바로 그곳이다. 카메라를 중점적으로 팔지만 전자 제품도 창고 할인 매장처럼 쌓아놓고 판다. 그렇다고 이곳을 우리나라의 할인마트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외국인에게는 주소가 없다는 이유로 포인트카드를 안 만들어주는 데다 면세 혜택도 없어 쇼핑하기 불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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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덴타운을 둘러보면 일본의 PC 흐름를 읽을 수 있다. 데스크탑 PC는 슬림화되는 추세이고 DVD롬 드라이브와 5.1채널 스피커 시스템을 통합한 제품도 소니 바이오와 NEC 밸류스타를 중심으로 자주 눈에 띈다. 물론 부품 매장에서는 아직까지 미들타워 케이스도 전시되어 있지만 베어본 시스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등 일본 역시 슬림 관련 제품이 대세인 듯싶다. 모니터는 CRT에서 TFT LCD로 넘어가는 과도기. 관공서나 사무실도 거의 모두 TFT LCD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매장 진열대를 메운 제품 비율만 따져도 TFT LCD가 CRT 모니터보다 2배 이상 많다. 우리나라에서 TFT LCD의 주력 제품은 15.1인치지만 일본은 이미 17인치나 18.1인치로 넘어가는 단계다. 물론 15.1인치보다 값이 2∼3배나 비싼 탓에 보급은 조금 더딜 것으로 보인다. 소니와 에이조는 이런 흐름에 맞춰서 값싼 15.1인치 모니터에 스피커를 달고 TV와 DVD, BS 디지털 등 갖가지 입력을 받은 TV 대체용 제품도 내놓았다. TFT LCD 얘기가 나왔으니 PDP도 짚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 일본을 대표하는 가전 제품 회사가 42인치와 50인치 제품을 내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게 눈길을 끈다. 매장마다 일본의 디지털 위성 방송인 BS 디지털 방송이나 DVD 타이틀을 틀어놓고 판촉에 열을 올리는 실정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PDP는 1대에 50∼60만 엔(우리나라 돈으로 5백∼6백만 원 가량)인 탓에 구경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건 보기 어렵다. CPU를 살펴보면 인텔 계열은 신형 펜티엄4(노스우드)가 주축이고 AMD 역시 애슬론XP를 거의 모든 매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드디스크는 60∼80GB가 주력 품목이고 값은 우리나라보다 조금 싼 수준이다. 메인보드는 용산과 비슷하다. 아수스와 기가바이트, MSI, ECS 등 우리나라에서 잘 팔리는 브랜드가 주류다. 이런 상황은 그래픽카드도 마찬가지여서 레이디언과 Geforce3이 자주 눈에 띈다. 물론 OEM 제품이 등장하는 바람에 레이디언이 조금 우월한 고지를 차지한 듯싶다. 사운드카드는 크리에이티브의 사운드블라스터 5.1과 오디지가 자주 눈에 띄었고 용산에서 볼 수 없는 오디지 벌크도 가끔 찾아 볼 수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얼마 전 선보인 플렉스터 40배속 CD-RW를 매장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CD-RW는 24배속 이상이 눈에 띄지 않았다. 용산이라면 CD-RW가 가득 메울 자리지만 덴덴타운에서는 MO 드라이브와 DVD롬 드라이브, DVD-RW가 안방을 꿰차고 앉아있다. 이런 풍경은 전형적인 일본의 PC 문화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대학교에서 플로피디스크나 하드디스크, CD롬 드라이브 대신에 MO 드라이브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MO 드라이브는 USB 2.0과 IEEE1394 인터페이스에 640MB와 1.3GB 용량을 지닌 제품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국내 소비자가 CD-RW 선택에 고민하듯이 일본인들은 어떤 MO 드라이브를 고를까 고민에 빠질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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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자랑하는 가전왕국 소니의 꿈이 담긴 곳 '소니타워'도 바로 덴덴타운에서 만나볼 수 있다. 소니타워는 지하 2층, 지상
9층으로 이뤄진 소니의 전용 쇼핑몰로 룸마다 특색 있게 꾸며놓았다. 방문객이 직접 제품을 보고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도 이색적이다.
각종 의류와 팬시용품을 파는 지상 8, 9층을 내려오면 7층부터 수많은 소니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노트북과 PDA, MD
제품은 물론이고 홈 씨어터 리스닝 룸도 4개나 된다. 이곳에서는 소니가 자랑하는 갖가지 제품으로 이뤄진 홈 씨어터 환경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어서 좋다. 그밖에 소니의 로봇 강아지 아이보(AIBO)를 풀어놓은 것도(?) 재미있다. 흰둥이 라떼와 검둥이 마카론과
함께 놀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된다.
소니타워는 쇼핑만 할 수 있는 다른 매장과는 분위기부터 사뭇 다르다. 한켠에 연인이나 친구끼리 오붓하게 데이트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놓았다. 둘만 앉을 수 있는 의자에 소니 데스크탑 PC를 놓고 제품 관련 정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2층에서는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와 연계한 서비스도 이루어진다. 스타벅스가 있는 2층과 3층 커뮤니티 룸에서는 자리마다 인터넷에
연결된 PC를 배치해 커피를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소니 제품을 접할 수 있다. 늘 함께 하는 커피와 함께 자사 제품을 소개해 자연스럽게
자사 이미지를 전달하는 소니의 품격 높은 전략이 바로 스타벅스에 숨어있다.
어느새 짧은 일정이 끝났다. 도착할 때부터 부슬부슬 내리던 비도 간사이공항으로 가는 사이 맑게 개었다. 3일이라는 짧은 시간은
추억을 담기에도 버거웠는지 아쉬움은 많이 남았다. 그나마 덴덴타운이라는 새 명소에서 일본 PC 업계의 동향을 잠시나마 접할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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