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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미국의 게임문화를 해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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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에선 이런 게임이 성공했다

일본과 미국의 게임문화를 해부한다


얼마전 인터넷으로 게임관련 채팅방에 들어갔다가 재미난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바로 이런 내용이었다.


갑 : 드래곤 퀘스트 7이 미국에서 10만장밖에 안팔렸대여~~

을 : 으미~ 일본에서는 400만장을 넘었는데...

병 : 역시 미국놈들의 취향은 특이하군. 진정한 게임을 볼줄 몰라!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또 하나의 얘기는 이런 것이다.


갑 : 북미에서 토니호크의 프로스케이터라는 게임이 100만장이 팔렸대여.

을 : 일본에서는 그 게임 작살났을텐데. ㅋㅋ

병 : 미국놈들은 역시 희한한 게임만 하는군. 뭐가 재밌다고!!


드래곤 퀘스트 7

GTA 3

 

국내 비디오게이머들의 성향은 아무래도 이웃나라인 일본의 취향과 비슷한 것 같다. 드래곤퀘스트가 발매되면 국내에서도 한바탕 난리가 나고 일본식 RPG에 환호를 하는 국내 게이머들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PC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는 아무래도 미국쪽 게임성향을 띄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퀘이크, 피파 등에서 잘 나타난다.


문화적 차이라는 것은 참으로 애매하다. 일본에서 400만장이 팔렸던 드래곤퀘스트 7이 북미에선 10만장밖에 팔리지 않는 것도 재밌고 미국에서 100만장이 넘게 팔리는 토니호크가 일본에서는 그냥 묻혀지는 것도 재밌다. 유럽지역도 약간의 문화적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일본과 미국에서만큼의 극적인 차이를 보이고는 있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그럼 일본과 미국의 문화를 좀 더 자세하게 비교 분석해보도록 하고 이것에서 찾을 수 있는 해외게임 국내 유통의 문제점과 국내게임의 해외시장 공략법을 알아본다.


    

  토니호크의 프로스케이터 3

   

  국내 최고의 인기, 스타크래프트

미국의 게임성향

미국인들의 게임성향은 주로 단순하면서 깊이 빠져들 수 있는 것과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듯 하다. 스포츠의 강국인만큼 축구게임을 제외한 모든 스포츠게임(NBA, MLB, NHL 등)도 굉장히 잘 팔린다.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형식의 게임들도 상당히 많으며 GTA 시리즈라든지 토니호크의 프로스케이터 시리즈는 타이틀이 발매되기만 하면 100만장 이상이 판매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누린다.

              

              북미에서는 스포츠게임이 잘팔린다

                            

                일본에서는 요런게임도 잘 팔린다[사진은 시맨]


미국에서는 아무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장르나 성격의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우선 시각적으로 게이머들을 사로잡을 필요가 있다. 파이날 판타지는 그것에 성공했고 드래곤 퀘스트는 그것에 실패했다. 뭔가 자극적이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것도 미국인들의 취향 중 하나가 아닐 듯 싶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국사람들은 조금만 내용이 어지럽고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단순한 사람들이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분명 틀린 얘기이다. 국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 2의 스토리만을 봐도 충분히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인들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비디오게임 [메탈기어 솔리드]의 인기비결도 그 심오한 스토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북미인들이 메탈기어 솔리드에 보내주는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코나미사는 메탈기어 솔리드 2를 일본보다 북미에서 먼저 발매하는 보답을 해주기도 했다.

  

  북미 선행발매를 한 메탈기어 솔리드 2


또 하나! 영화산업의 중심지라고 불리는만큼 영화를 원작으로 한 게임도 상당한 인기를 얻는다. 개봉만 되면 흥행 신기록을 수립하곤 하는 스타워즈 시리즈나 디즈니의 만화영화를 게임으로 만든 것들도 게임성은 둘째치고 상당히 많은 판매량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게임화되면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영화를 게임화시킨 것 치고 성공한 게임은 거의 없다.


미국인들도 액션을 좋아한다. 하지만 3인칭으로 나오는 액션보다는 1인칭으로 나오는 게임을 더 선호하며 같이 즐기는 게임을 굉장히 좋아한다. 물론 일본은 1인칭보다는 3인칭을 좋아하지만. 다음은 일본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하는 북미의 인기게임을 몇가지 소개해본다. 비디오게이머들에게는 조금 생소할지도 모르는 게임들이다.

Grand Theft Auto 3

크레이지 택시는 GTA 3의 미니게임일뿐이다라는 미국사람들의 말이 증명해주듯 GTA 3의 스케일은 굉장히 크다. 작년 연말시장에서 초대어인 메탈기어 솔리드 2와 판매량 1위를 놓고 다퉜을정도로 인기있는 게임이다. 시리즈가 발매될 때마다 100만장이 팔리는 것은 기본이다. 이 게임은 굉장한 자유도를 게이머에게 제공해주는데 예를 들어 택시를 훔쳐타고서 택시드라이버의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으며, 소방차를 훔쳐타고서 소방관의 역할을 할 수도있다. 게이머를 압박하는 것도 없으며 마음대로 하고싶은 대로 게임을 풀어갈 수 있다. 시내를 신나게 질주하고 싶으면 멋진 스포츠카를 훔쳐타 속력을 낼 수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길거리를 지나가던 사람과 싸움을 할 수도 있는 등 상당한 자유도와 재미를 보이는 작품.

  


   


토니호크의 프로스케이터 3

역시 일본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본인들에게 접근하는 것이 실패했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지도. 게임을 조금만 해보면 누구라도 심한 중독성에 빠지게 된다. 스케이터보드를 타는 것이 이렇게 재밌는 일인줄 몰랐다며 감탄사를 연발할지도 모른다. 뛰어난 조작감과 게임성, 연출 등이 살아 숨쉬는 스포츠게임으로 한번 패드를 잡으면 손을 뗄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의 게임성향

그래픽이 화려하면 구입하고 싶어지는 것은 어느 누구라도 같은 심정일 것이다. 기왕이면 화려한 것이 잘 팔리겠지만 일본에서는 화려하지 않아도 재미가 있으면 팔린다. 어쩌면 취향이 특이한 것은 일본쪽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화려하진 않지만 단순하고 쉬운 골프게임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모두의 골프 시리즈의 캐릭터는 리얼사이즈가 아니라 SD이다. 북미 사람들은 리얼캐릭터가 아닌 SD캐릭터가 골프를 친다는 점에서 ‘깬다’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일본인들은 오히려 이것을 부담없이 받아들인다.

일본에서는 이런 것보다는

이런게 더 인기~

 

만화, 애니메이션이 발달한 일본시장인 만큼 이 캐릭터들을 이용한 게임산업도 상당히 발전해 있다. 게임의 완성도를 떠나 인기있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게임화시키면 최소한의 판매는 보장이 된다. ‘기동전사 건담’같은 캐릭터는 애니메이션이 끝난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게임이 나오면 많은 인기를 누릴 정도이다. 이렇게 해서 일본의 게임시장은 발전된 애니메이션, 만화사업과 맞물려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않는 건담의 인기

끊임없기 게임으로 나오곤 한다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가 일본에서 되는 것도 일본 게이머들의 성향 덕이다. 물론 일본 RPG의 국보급으로 예전부터 오랜 사랑을 받아왔고 많은 골수팬이 있다는 것 때문에 팔리는 게임이지만 막상 게임을 해보면 게이머들을 중독시키는 무엇가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그것은 바로 잘 갖추어진 밸런스와 재미이다. 재미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 400만장을 팔아치운 드래곤 퀘스트 7의 제작자 호리이 유지의 생각이며 밀리언셀러 타이틀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제작사 닌텐도의 경영철학이다. 또한 설문조사 등에서 얻어지는 일본 게이머들의 성향은 여럿이 플레이 하는 것보다 혼자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어쩌면 이러한 일본인들의 성향자체가 일본 온라인게임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일지도 모른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 그란트리스모 시리즈 등은 모두 혼자하는 게임이다. 물론 많은 격투게임이나 마리오 카트 등의 여럿이 하는 게임도 많이 등장하지만 닌텐도의 게임과 아케이드에서 이식하는 게임을 제외하면 그다지 많지 않음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혼자서 하는 게임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다음은 북미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일본의 인기게임을 몇가지 소개해본다. PC게이머들에게는 조금 생소할지도 모르는 게임들이다.

드래곤 퀘스트

최신작이 400만장이 판매되었을 정도로 일본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인기 RPG 시리즈이다. 보통 시리즈가 등장하면 300만장정도가 팔려나갈 정도이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만화 [타이의 대모험], [로토의 문장] 등의 세계관도 이 게임에서 빌어간 것이며 특히 로토의 문장의 경우에는 드래곤 퀘스트 3의 원작에서 100년 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잘 짜여진 마법체계와 게임 밸런스, 게임내의 재미 등이 일본 최고의 RPG라는 이름표를 만들어 주었다.

더비 스타리온

아스키에서 발매한 경마게임이다. 무슨 경마게임이 이렇게 인기를 얻고 있느냐고 놀랄지도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경마의 인기는 상당하다. 또한 경마에 있어서는 ‘그란트리스모’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하게 만들어졌다. 이 게임도 발매가 되면 많은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으며 100만장이 넘게 팔린적도 있다. 이 게임은 비디오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잘 모르고 있는 게임이다.

문화가 맞아야 한다

각 나라에서 게임이 팔리고 인기를 끄는데 게이머들의 성향만큼 중요한 것이 ‘문화’이다. 만약 미국시장에 구미호이야기나, 처녀귀신 등을 소재로 게임을 발매하면 흥미를 가지게 될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호응을 얻을지 모르지만 외국사람들에게는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이것이 문화의 차이다. 일본에서 사무라이 시리즈나 전국시대 역사물이 인기가 있는 것도, 미국에서 밀리터리물이나 SF 등이 인기가 있는 것도 각 나라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유산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태조왕건 등의 게임 등이 발매되었고 많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이다. 온라인도 마찬가지. 국내에서의 온라인 문화는 외국의 온라인 문화와는 다르다. 이것은 물론 성향과 관련있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내 게이머들이 PK를 즐기고 외국 게이머들이 협력, 팀플레이를 즐기는 것과도 관계가 있는 것이다. 결국 게임에서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라는 말이 그대로 성립되는 것이다.    

  

  


나라마다 다른 취향에서 얻는 교훈

잘 만들어진 게임은 어디가서나 사랑받는다. 일본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파이날 판타지, 슈퍼마리오, 젤다의 전설, 메탈기어 솔리드, 그란트리스모, 바이오 하자드 등의 게임들은 미국, 유럽을 막론하고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반대로 PC게임을 많이 즐기지 않은 일본의 게이머들 중에도 디아블로 2를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이 상당하다. 일본에서 디아블로 2가 처음 발매되었을 때는 초도물량이 남았지만 게이머들은 점점 디아블로 2의 게임성에 빠져들게 되었고 확장팩인 [파괴의 군주]가 발매되었을 때는 초도물량이 전량 매진되기도 했다. 문화의 차이가 커서 받아들이기 힘든 게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A지역에서 잘 만들어진 게임은 B지역에서도 인정을 받는다. 하지만 인정받는다는 점과 판매된다는 것은 조금 의미가 다르다. 국내에 많은 유통사들이 해외의 인기게임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많은 실패를 하는 이유도 인기있는 게임의 이름만을 믿고 그대로 국내시장에 투입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은 디아블로 2  

   

   포트리스 2도 일본에서 인기가 있다


국내 게이머들이 좋아할만한 게임인가? 국내 취향에 맞는 게임인가를 살펴봐야한다. 홍보는 그 다음 문제다. 국내게임을 해외로 수출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대로 해외에 뿌리를 내리는 것보다 해외토양에 맞게 수정을 해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리니지의 북미시장 실패요인도 이런 점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2002년에는 비디오게임이 개방된다고 한다. 그레이마켓을 통해 명목을 유지해왔던 비디오게임 시장이 햇빛을 보는 해가 될 듯하다. 이 햇빛에 다시 먹구름에 막혀버리지 않기 위해선 일본, 미국게임을 유통하는 유통사측에서 국내 게이머들의 취향을 면밀히 분석하여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번에 맞이한 절호의 찬스를 놓치면 국내 비디오게임시장은 돌이킬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채팅방에서 얘기했던 사람들의 말처럼 국내에서 재미가 없는 게임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재밌게 플레이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듯이 시각을 다각화시키지 않는다면 X박스가 들어오든, 소니가 들어오든, 닌텐도가 들어오든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국내시장에서 게임기를 성공시키는 것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도, 일본 소니도 아닌 국내 유통사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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