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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페인 우리나라에선 절대 못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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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신가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액션게임 맥스페인의 인기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 폭발적인 인기를 통해서 본 기자는 우선 이 자리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

 

맥스페인에 대한 기사를 별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든 것이 아니라, 게이머들에 대한 게임관을 본 기자 스스로가 멋대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정말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맥스페인은 이미 E3서부터 해외 언론으로부터 엄청난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다. 출시되기 전에는 이미 해외 게임언론에서는 맥스페인에 대한 자잘한 기사들서부터 특집기획까지 거의 도배가 되다시피한 작품이다.

 

그렇다면 국내 언론에서는 왜 맥스페인에 대한 기사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것인가? 이것은 본 기자를 비롯한 국내 게임관계자들의 큰 판단착오였다. 이 점이 오늘 본 기자가 말하고 싶은 국내 게임산업의 현주소이다. 개발사, 유통사, 언론사 등등을 비롯한 모든 게임관계자가 한번쯤 다시 돌이켜 볼 문제이기도 하고, 앞으로 맥스페인같은 게임이 국내에서도 한번쯤 만들어졌으면 하는 의미에서 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같은 국내 게임시장에서는 맥스페인같은 게임은 죽었다 다시 살아나도 절대로 만들 수 없다.

액션에 멀티플레이도 안되니 안 팔릴껄???

 

본 기자를 비롯, 게임관련 종사자들은 우선 해외 게임이든 국내 게임이든 게임을 평가하는 기준에 있어 가장 큰 부분을 ‘상업성’에 두는 게 현실이다. 게임을 접하면 플레이를 하면서 게이머들이 이 게임을 얼마나 사줄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맥스페인이 국내 언론으로부터 소외된 구체적인 이유를 짚어보겠다. 맥스페인이 국내 언론으로부터 저평가를 받았던 것은, 아니 안팔릴 게임이라고 평가받은 이유는 우선 멀티플레이가 안된다는 것과 3D 액션 게임이라는 점이다.

 


 

국내 게임시장에서 멀티플레이의 중요성은 이미 2년전부터 게임성과 무관하게 가장 크게 대두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멀티플레이가 되지 않는 게임은 이미 국내 게임시장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전제를 가지고 출시된다. 운이 좋아 5, 6천장 팔리면 성공이라는 자조적인 평가와 함께 게임이 출시되게 된다. 물론, 이같은 이유는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등장한 국내 게임방 및 게이머들의 구매 포인트와 맞물린다. 적어도 10만장 이상 팔리는 대박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멀티플레이가 지원되야 한다는 것. 맥스페인이 가장 저 평가받았던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 인기를 끌고 있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국내 출시조차 불투명한 작품이 됐을 수도 있다.

 

약 2년전부터 국내 출시된 게임들 중 멀티플레이가 지원되지 않는 게임들이 거의 전무한 것도 지금의 국내 현실이다. 유통사들의 해외 라이센싱 담당자들도 멀티플레이가 되지 않는다면 고개를 갸웃갸웃 거린다. 국내 미디어들도 이점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다. 올해 2월 출시됐던 오니가 이런 대표적인 케이스다. 코만도스 2도 마찬가지. 오니는 지난 99년 처음 국내에 게임이 소개됐을 때는 약 8개의 국내 유통사가 게임 판권을 따내기 위해 접근했지만, 멀티플레이 지원이 안된다는 소식에 모두 고개를 돌렸다. 불행하게도 결과는 유통사들의 생각이 옳았다는 것. 국내에서 오니는 5천장도 채 팔리지 않고 사라져 갔다.
 

맥스페인이 3D 액션장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약점이다. 전세계적으로 추세인 3D 액션장르는 유독 국내에서는 기를 못피는 장르가 됐다. 관심작이라고 불리웠던 킹핀, 솔저오브포춘, 데이어스 EX, 언리얼 토너먼트, 퀘이크 3, 트라이브스 2, 하프라이프 등이 모두 대박의 꿈을 접고 게임사에서 사라져야 했다. 20세기 최고의 게임이라는 하프라이프도 확장팩 포함해 국내에서는 고작 1만여장 안팎의 판매를 기록한 것도 곱씹어볼 만 하다. 이런 상태에서 맥스페인에 대한 평가는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저 게임 얼마나 팔릴까?” “5천장 팔리면 많이 팔린 거 아닐까” 이런 기자들의 대화가 오가는 가운데에서도 맥스페인은 게이머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맥스페인은 21세기 문화코드를 정확히 읽었다!!!

맥스페인이 게이머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몇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게임스토리가 상당히 짜임새 있게 잘 되었다는 것과 새로운 시스템, 액션게임에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소위 매트릭스 시스템이라는 슬로우모션 기법, 감각적인 화면전환, 만화적 기법을 사용한 스토리 보드 제공 등이다. 그러나 화려한 그래픽과 뛰어난 인공지능이라는 일반적인 관용적(?) 특징은 여타의 게임과 크게 다를바 없다. 그렇다면 게이머들은 왜 열광하는가? 이것은 매트릭스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은 것과 마찬가지다. 맥스페인은 일반적인 액션게임이 가져야 할 여러특징들을 과감하게 버렸다. 대표적인 멀티플레이 기능, 빠른 화면전개, 다양한 무기 아이템 등등. 액션게임에서 슬로우모션은 솔직히 멀티플레이에서 렉이 걸렸을 때보다 더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을 막기 위해 CPU를 업그레이드하고 램을 사고 더 좋은 그래픽 카드를 장착해 프레임을 높이는 것이 게이머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맥스페인은 문화적 흐름을 철저히 공략한 철학적인 기획이 바탕이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하프라이프가 출시된지 약 3년 (1998년 10월 31일 출시된 하프라이프는 더 이상의 싱글용 3D 액션 게임은 없을 것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세상에 큰 업적을 남겼고 많은 3D 게임들이 싱글을 버리고 멀티로 돌아서게 한 결정적인 게임이었다)이 흐른 지금 게이머들의 문화 코드를 정확하게 집어낸 것이다.

 


 

최근 나오는 마케팅 서적에서는 한 세대를 약 3년에서 5년으로 보고 있다. 세대차이도 약 이 기간을 보고 있다. 하프라이프의 뛰어난 어드벤처적 요소를 찬양하던 게이머들은 이미 한물간 세대가 됐던 것이다. 맥스페인은 바로 이러한 부분을 정확히 공략했다고 할 수 있다. 맥스페인을 잘 플레이하다 보면 매트릭스와 비슷한 여러장치들이 보인다. 360도 화면전환이라든가 전화가 게임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라든가 화면이 약 1분 간격으로 변환한다든가 하는 것(이것은 화면내 적의 배치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게이머들은 적과 총격전을 벌이면서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면 약 1분간격으로 변화된 화면과 긴장을 얻을 수 있다), CF적인 화면기법들 등은 거의 매트릭스의 그것을 도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CF세대라고 불리는 현재 게이머들이 게임에서 바라는 부분이다. 지리한 사고와 무조건 빠른 게임전개는 지금의 게이머들이 원하는 문화적 코드가 아니라는 것을 맥스페인은 정확히 간파했다.

 

 


 

맥스페인을 보고 게이머들이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원소스멀티유즈’다. 국내에서는 이 원소스 멀티유즈가 여러 다양한 매체들과의 복합적인 관계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영화작품을 게임으로 만든다거나, 게임을 책으로 만든다거나, 게임캐릭터를 만화책으로 만든다거나 하는 것. 그러나 맥스페인의 원소스 멀티유즈는 다르다. 맥스페인의 원소스 멀티유즈는 잘 짜여진 시나리오를 영화적 기법과 만화적 표현으로 게임내에서 모두 형상화 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맥스페인이 제공하는 스토리 보드는 미국 잡지에 연재되는 한권의 실사만화를 연상시킨다. 이는 언제라도 다시 살펴볼 수 있어 게임 막바지에 이르면 한권의 실사 만화책이 된다. 맥스페인은 그동안의 고정적인 관념을 해체시키고 재구성한 하나의 게임이라기 보다 문화코드로 이해하는 것이 맥스페인을 보고 광분하는 지금의 게이머들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맥스페인은 또 고전적인 시나리오를 채택했다. 현대인들이 가지는 문화적 이중성을 들여다 보면 이 부분은 더욱 이 게임을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국내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직비디오들에서 이 문화적 이중성을 간파할 수 있는데, 시각적으로는 자극적인 화면을 원하면서도 청각적으로는 편안한 사랑 노래를 원한다는 것. 가장 일반적인 시나리오인 복수를 다룬다는 점에서 평범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맥스페인은 자극적인(피가 나온다고 다 자극적인 화면이 아니다) 화면과 만나 더욱 시나리오를 돋보이게 만들고 있다.


 

'맥스페인' 우리나라에서 절대 못만든다!

이제 아픈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국내 게임산업이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고는 하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서두에 말했듯이 상업적인 측면에서만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맥스페인 같은 게임은 절대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본 기자는 감히 장담한다. 혹시나 몇 년후면 되지 않을까하는 안타까운 심정의 옹호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과감히 그 생각을 버리셨으면 한다.

국내 게임 개발의 현실은 이미 많은 게이머들이 수년간 걸쳐 보아왔다. 본 기자도 약 3년간 게임시장을 보아왔지만, 변한 것은 별로 없었다. 1996년 11월 30일 디아블로가 출시되면서 국내 게임은 거의 디아블로화되어 갔던 것을 기억한다면 1998년 2월 28일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되면서 국내 게임이 모두 스타크래프트화 됐던 것을 기억한다면, (사이사이에 택틱스화와 파이날 판타지화도 있었다) 더 이상의 희망을 바랄 수 없다는 것을 게이머들을 비롯해 미디어관련 종사자들은 잘 알 것이다. 게임개발자들은 이 사실을 더욱 잘 알 것이다. 우선, 게임의 평가를 판매량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미디어들 때문에 안된다. 본기자는 서두에 사과의 말을 전하면서 이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이 부분에서는 게이머들에게 진정으로 다시 한번 사과의 말을 전한다. 게이머들 스스로의 가치판단의 기준을 본 기자 스스로가 평가했다는 부분에 대해서 말이다.

 

 

 

멀티플레이가 안되면 게임이 안팔린다고 믿고 있는 유통사가 있어서 안된다. 게임이 출시되기 전에 판권계약을 서두르는 관행상 맥스페인이 잘 팔릴 것이라고 판단한 국내 유통사가 한군데도 없었다는 점. 이래서 안된다. 게임기획자들의 전문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안된다. 맥스페인이 그래픽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에 게임이 잘 됐다고는 평가받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맥스페인은 기획력에서의 승리다. 기획력 또한 개발력이 많이 좌우하기는 하나, 기획조차 전문화되지 않은 국내에서는 더욱 안된다. 개발사 스스로가 기획자들을 가벼이 여기는 현실. 기획과 홍보 그 외 잡다스러운 일을 하는게 국내 기획자다. 나름대로의 게임철학을 가진 개발사 사장이 없기 때문에 안된다.

가까운 미래를 볼 줄 하는 사장은 더욱 없기 때문에 더욱 안된다. 값싼 개발비로 최고의 효율을 얻을 수 있는 아동용 게임시장이 갑자기 커진 이유를 심각하게 곱씹어 보자.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이윤을 창출하는 경제적 마인드는 가지고 있으나, 그게 한계다. 워크래프트 3에 4백만장 개런티를 지불하려는 회사는 있으나, 3D 맥스와 포토샵 정품을 구입하는 회사는 없기 때문에 안된다.   

진정 본기자가 바라는 것은 맥스페인같은 게임이 우리나라에서도 한번쯤 나왔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램이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 어렵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맥스페인이 국내에서 인기가 없었다면 ‘그러면 그렇지’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갔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안타깝다.

국내에서 맥스페인을 절대로 못만드는 마지막 이유. 맥스페인의 개발사 리메디는 맥스페인의 게임모드를 제작할 수 있는 약 50메가 분량의 게임 소스를 한국시간으로 2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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