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과 에픽서 ‘출시 불가’ 판정된 게임, 검열 논란 불러

지난 2023년 스팀으로부터 출시 불가 판정을 받은 공포게임 ‘말(HORSES)’이 출시 하루 전,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도 동일한 결정을 통보 받았다. 제작진은 “이의를 제기했으나, 에픽게임즈 측은 정책 위반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산타 레지오네(Santa Ragione) 스튜디오가 출시한 ‘말’은 1인칭 호러 어드벤처로, 말을 기르는 농가에서 보내는 14일을 다룬 약 3시간 분량의 작품이다. 무성영화 스타일을 차용한 본작은 모노톤의 화면에서 게임 그래픽과 실사 영상이 교차하며 초현실적이고 뒤틀린 농촌 활동을 묘사한다. 제작진은 이를 통해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 청교도 정신의 가치, 전체주의 권력, 개인 책임의 윤리 등 철학적·종교적 주제를 드러내며 게임 세계의 이질감을 구축한다.

작중 등장하는 말은 ‘나체의 인간이 말 탈을 쓴’ 기괴한 형태로 표현되며, 가축에게 벌어지는 여러 일들이 해당 요소를 적용한 연출로 그려진다. 개발사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요소를 적용한 게임의 일부 연출이 스팀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튜디오는 이에 강하게 반발해 이의를 제기했으나 기각됐고, 출시가 거부됐다. 스튜디오는 스팀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고려할 때 개발 비용 회수가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식을 들은 CD 프로젝트의 GOG.com는 공개적으로 해당 게임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팀에서 제외된 이후 스튜디오는 ‘에픽게임즈 스토어, GOG.com, itch.io, 험블번들’ 등 네 플랫폼에서만 출시를 준비했다. 그러나 출시 하루 전인 지난 1일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도 ‘부적절한 콘텐츠’와 ‘증오·학대 표현’ 정책 위반을 이유로 배포 불가 판정을 받았다. 에픽게임즈 측은 IARC 설문 결과 본작이 AO(Adults Only) 등급을 받았으며, 해당 등급은 스토어에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산타 레지오네는 “본작은 폭력과 학대를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이라며 항소했으나, 12시간 만에 기존 결정이 유지된다는 통보를 받았고 사실상 출시를 포기하게 되었다. 에픽게임즈 측의 회신 또한 스팀과 마찬가지로 명확한 위반 사항을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첨언했다.

이번 사태 이후, 플랫폼의 검열 및 가이드라인 위반 기준이 지나치게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각 플랫폼의 지나친 판단이 소규모 개발사의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명확한 기준과 적절한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더불어 거대 플랫폼의 판단 오류나 불명확한 절차로 인해 작품이 검열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