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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와쿠와쿠7, 정식 발매 엎어진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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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와쿠와쿠7 정식 발매 광고가 실렸던 제우미디어 PC챔프 1998년 1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와쿠와쿠7 정식 발매 광고가 실렸던 제우미디어 PC챔프 1998년 1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1990년대, 스트리트 파이터 2로 시작된 대전격투게임 붐을 타고 무수한 게임들이 나왔습니다. 그 중 상당수는 단순히 유행만 쫒은 수준미달 작품이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꽤 완성도 높고 기발한 아이디어의 게임들이 주목을 받았죠. 오늘 소개할 '와쿠와쿠 7'도 그런 게임입니다. 호평을 받으며 후속작 개발까지 논의됐지만, 결국 여러 사정으로 단발성 게임으로 그친 비운의 작품이죠.

와쿠와쿠7의 특징은 애니메이션 느낌이 강하게 나는 그래픽, 러쉬와 체인콤보로 호쾌한 한 방을 노리는 게임성, 애니메이션이나 타 게임 등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서브컬처 패러디 등입니다. 이로 인해 발매된 지 24년이 지난 지금도 나름 팬층이 존재할 정도죠. 그런데, 이 작품이 한때 국내에 '두근두근7'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어판 발매가 될 뻔했다는 사실은 의외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두근두근7 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발매가 추진됐던 흔적
▲ 두근두근7 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발매가 추진됐던 흔적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8년 1월호에 실린 와쿠와쿠7 광고입니다. 여기선 두근두근7이라고 표기했지만, 정식 발매가 되지 않았으니 원제목인 와쿠와쿠7로 부르겠습니다. 광고 전면에는 게임에 나오는 주요 캐릭터들이 나와 있는데, 인게임 스크린샷과는 달리 90년대 소년만화풍으로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 가운데 고글을 머리에 얹은 소년은 주인공격 캐릭터인 바쿠오 라이, 그 오른편 토토로를 연상케 하는 캐릭터는 강캐 중 하나인 마루룬, 중앙에 있는 대운동회를 떠올리게 하는 소녀는 아리나, 그 외에도 슬래시, 티세, 폴리탱크Z, 댄디J 등이 총출동했습니다.

광고 오른쪽 위에는 '한글화 12월 발매'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데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다음호인 1998년 2월호 잡지에서 '1월 발매'로 슬그머니 연기하더니, 그 후에는 아예 광고도 출시도 없이 자취를 감췄거든요. 이유가 뭘까요?


우영시스템이 한국어판을 정식 발매했던 두 게임
▲ 우영시스템이 한국어판을 정식 발매했던 두 게임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당시 와쿠와쿠7 국내 정발을 야심차게 추진했던 우영시스템은 이전에도 꽤 다양한 게임의 한국어판 출시를 이끈 유통사였습니다.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7년 2월호에도 우영시스템이 한국어로 출시한 게임 2종의 광고가 실렸네요. 알버트 오딧세이, 그리고 신비의 세계 엘하자드 게임판입니다. 특히 신비의 세계 엘하자드의 경우 게임 자체 평이 그리 좋진 않았지만, 한국어판의 경우 음성까지 완벽하게 현지화 하면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우영시스템은 그에 앞서 미스트(MYST)와 NHL 파워플레이 96 등도 한국어판을 국내 출시한 적이 있는데요, 이 중 미스트와 알버트 오딧세이를 국내 출시하면서 선소프트와 관계를 맺었고, 신비의 세계 엘하자드에서 터득한 한국어 음성 노하우를 입혀 와쿠와쿠7 출시까지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와쿠와쿠7은 모든 음성 한국어화를 밀어붙이며 나름 기대를 모았었죠.

우영시스템에서 현지화 진행 예정이었던 게임들
▲ 우영시스템에서 현지화 진행 예정이었던 게임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이거 포함
▲ 벌크슬래쉬 역시 한국어판 출시가 좌절된 게임 중 하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당시 우영시스템은 상당히 열정적으로 다수의 게임 정발을 진행했습니다.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7년 12월호에 실린 광고를 보면, 와쿠와쿠7를 필두로 그루브 온 파이트(호혈사일족 3), 스트리트 파이터 제로 1/2, 윌리 웜뱃, 벌크 슬래쉬, 엔젤 그래피티 S, 천외마경 등을 현지화해 출시 예정이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 중에서 벌크슬래쉬 같은 경우 맨 앞에 소개했던 와쿠와쿠7과 같이 광고까지 실리며 당장 출시될 것 같은 느낌을 줬습니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인해 위에 소개된 한국어 정발 예정 게임 다수는 하나하나 취소 수순을 밟았습니다. 그루브 온 파이트의 경우 국내 심의 문제와 아틀러스 간 의견차로 인해 국내 정식발매가 무산됐다고 알려졌으며, 앞서 소개한 와쿠와쿠7의 경우 한국어 음성 품질이 좋지 않아 이를 손보다가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돼 국내 발매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 외에 벌크 슬래쉬와 엔젤 그래피티S 역시 비슷한 이유로 국내 발매가 불발됐죠. 이후 우영시스템은 게임사업을 대폭 축소했고요.

유저 한국어 패치도 다수 찾아볼 수 있는 지금과 달리, 당시엔 한국어판 게임 하나하나가 소중했기에 이런 한국어판 출시 불발이 꽤나 가슴아프게 다가왔던 기억입니다. 만약 저때 와쿠와쿠7이 정식 출시됐다면, 아마 저 게임을 다들 두근두근7 이라고 부르고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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