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녀게임 한글로 즐기자!!

미소녀게임 한글로 즐기자!!
전체 플레이의 90% 정도가 텍스트를 읽으며 진행되는 일본 미소녀게임에서 일본어를 모른 채 플레이한다면, 과연 그 게임의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물론 그럴 리가 없다. 이런 이유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미소녀게임의 재미를 알리기 위해 일본 미소녀게임 애호 동호회 등지에서 자발적으로 아마추어 팀을 결성해 많은 게임들의 한글화 패치를 만들어 왔다. 이번 시간에는 아마추어 한글화 팀들에 의해 한글화된 미소녀 게임에 대해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더불어 한글화 패치를 구하는 방법까지도 수록했다.

초창기 한글화 게임들
적어도 미소녀 게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 치고 동급생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동급생은 현재 미소녀 게임들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장르인 연애시뮬레이션의 원조이자 영원한 명작으로 기억되고 있는 작품이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지만, 특히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캐릭터들의 대사와 텍스트가 돋보였다. 한국 최초의 한글화 패치 작품인 동급생은, 95년에 PC통신망 나우누리의 GAME MANIA FORUM 동호회에서 조직된 한글화팀 '한누리' 팀에 의해 DOS/V버전 한글화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1년 반이라는 작업기간 끝에 96년 완성버전을 선보이게 됐다.

동급생 - ELF (1992)
장르 : 연애 시뮬레이션
한글패치 제작 : 한누리

외모 준수(추정), 운동신경 발군, 넘치는 유머센스에 덤으로 여자 꼬시기를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마다 않는 뻔뻔함을 지닌 독신 고교생 타쿠로. 미녀들이 들끓는 사키마케 고교의 여름방학이 왔다. 이 여름을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 학원 최고의 문제학생 타쿠로의 미소녀 사냥이 시작되는데….

엘프의 이 명작은 그 명성에 걸맞게 바다 건너 한국에서도 남녀노소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급기야 몇몇 용자들에 의해 완성된 완벽공략 플로우차트의 등장과 함께 일본어의 일자도 모르는 유저들에게까지도 선풍적 인기를 끌게 댔다. 그리고 수년이 흘러도 식지 않던 인기는 한글패치에 의해 다시 한 번 불이 붙었고, 그 여세를 몰아 동급생 2도 한글패치가 제작됐다.

동급생 2 - ELF (1995)
장르: 연애 시뮬레이션
한글패치 제작: 불특정다수

가족이라곤 고고학자인 아버지뿐인 고교생 류노스케는 아버지의 친구인 미사코씨의 집에서 미사코씨의 딸 유이와 함께 살고 있는 고아 아닌 고아 신세. 전작의 주인공 타쿠로와 마찬가지로 체력에도 자신 있고 어느 정도 인기도 있는 류노스케였지만 어찌된 일인지 진지하게 연애를 해본 적은 없었다. 고교생활의 마지막 겨울방학이 다가오고, 그의 갑작스런 청춘사업이 시작되려 한다.

캐릭터 컨셉이나 게임 자체는 1과 비슷한 형태지만 보다 커진 볼륨, 16컬러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수려한 그래픽이 강점이었던 동급생 2는 발매되자마자 당연한 듯이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한글화 패치 제작도 동급생 1의 제작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되었는데, 특이한 점은 따로 팀이 결성되어 패치가 제작된 게 아니라 당시 PC통신망의 하나였던 키텔에서 어느 개인을 중심으로,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번역에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워낙 텍스트 양이 방대했고 방식의 특성상 효율적인 조정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한글화 패치의 제작 진행속도는 점점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98년에는 DOS용으로 컨버전된 한글판이 정식 발매되어(엄청나게 가위질된 작품이었다), 국내 최초의 오픈 협동 한글패치라는 기록만을 남기고 이 한글패치 프로젝트는 미완성인 채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DOS/V의 전성시대
동급생의 한글화에 의해 아마추어 한글화 패치 제작의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당연한 듯이 다른 게임들의 한글화 패치 제작되기 시작되었다. 또 ELF사의 또 다른 브랜드인 SILKY'S 게임들의 한글화에 필요한 툴들이 공개되면서 개인이 혼자서도 한글화 패치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노노무사 병원 사람들’, ‘하원기가이 일족’, ‘실낙원’, ‘애자매’ 등 한때 국내 미소녀게임 매니아들을 강타했던 DOS/V용 SILKY'S 브랜드 게임들의 거의 대부분이 한글화됐다.

이사쿠 - ELF (1995)
장르 : 어드벤쳐
한글패치 제작 : 한누리

국내에서는 유작이란 이름으로 유명한 작품. 주인공인 고교생 겐타는 어느 여름방학 날, 한 통의 러브레터를 받게 된다. 그러나 그 편지는 가짜였고 편지에 따라 폐건물인 학교의 구교사로 들어간 겐타는 자신처럼 가짜 편지를 받고 그곳에 온 담임 쿠미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주인공은 돌아가려 했지만 이미 문은 잠겨져 있었다. 그들을 가둔 것은 바로 평소 그들이 변태라며 무시하던 수위 아저씨 '이사쿠'. 아무도 와주지 않는 구교사에서 주인공들과 이사쿠의 두뇌싸움이 시작된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 할 만한 변태적 강간, SM을 보여준 이 게임은 웃기게도 해피엔딩을 보면 H씬을 전혀 볼 수 없다는 단점아닌 단점으로 유명하다(이건 성인게임이잖아!!).

노노무라 병원의 사람들 - SILKY'S (1994)
장르: 추리어드벤쳐
한글패치 제작: 사과나무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노노무라 병원에 입원하게 된 3류 탐정 타쿠마로. 그러나 그곳은 원장의 의문사로 각종 안 좋은 소문들이 돌고 있었다. 어쩐지 수상해 보이는 미망인 아키코 원장과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간호원들. 과연 이 병원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인가?

노노무라 병원 사람들은 몇몇 우매한 자들에게 마치 음란변태게임의 대명사인 듯이 알려져 있지만, 실은 무려 40종류의 탄탄한 분기 시나리오를 가진 우수한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이다. 특히 엔딩에서는 웬만한 유저들의 뒤통수가 뻐근해 질만큼 엄청난 반전을 가지고 있다. 게임오버 시나리오도 상당히 많아 은근히 난이도가 높으니 추리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꼭 도전해 보자. 한글화 패치 제작은 투하트 한글화로 유명한 사과나무팀(당시에는 소형 통신망 '신천지'에서 활동했다).

이밖에도 애자매, 발렌타인 키스, 잃어버린 낙원, 카와라자키 가의 일족 등의 SILKY'S 게임들이 한글화됐으며, PC98용 게임인 엘프의 드래곤나이트 4는 기종을 초월해서까지 DOS에서도 실행 가능한 한글화 패치가 제작되기도 했다(하지만 미완성으로 도중하차).

이중 몇몇 게임은 자동 번역기를 기반으로 해 한글화가 썩 잘됐다고는 할 수는 없어지만, 한글화된 흐뭇한 게임들에 목말라 하던 불타는 청춘들을 구제해 줬다는 점에 있어서는 고마운 존재였다.

윈도우 시대, 한글화의 날개를 달아라!!
96년부터 대작들이 하나 둘씩 윈도우용으로 발매되기 시작하면서, 미소녀 게임의 대세도 도스에서 윈도우로 넘어갔다. 또 CD-ROM의 보편화와 개인용 PC의 고사양화에 따라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퀄리티의 미소녀게임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한글화 패치의 무대도 자연스럽게 윈도우로 옮겨졌다. 이 시기에는 제작된 ‘시즈쿠’와 ‘피아캐럿에 어서 오세요! 2(이하 피아캐럿2)’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윈도우용 한글 패치들이 제작되기 시작했다.

시즈쿠 - LEAF (1996)
장르 : 비쥬얼 노벨
한글패치 제작 : TEAM SM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던 고교생인 주인공. 어느 날부터인가 그의 학교에서 학생들이 발작을 일으키며 자해하는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학교의 교사이자 그의 숙부인 나가세 선생은 주인공에게 이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진상을 조사해 볼 것을 의뢰하고, 주인공은 진심 반 호기심 반으로 제안을 받아들인다. 조사 도중 만난 소녀들과 학교를 조사하던 주인공은 뜻밖의 커다란 사건에 말려들게 된다.

화면 가득 텍스트가 펼쳐지는 '비쥬얼 노벨'의 원조인 이 게임은, 윈도우 버전도 PC-98판을 그대로 컨버전 했기에 그다지 화려한 그래픽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와 섬세한 텍스트가 크게 돋보였다. TEAM SM은 이 패치의 제작 후 곧 해체되고, 팀원들 일부는 다른 팀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특히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주인공의 독백은 소름을 끼치게 할만큼 강렬하다.

투하트 - LEAF (1997)
장르 : 비쥬얼 노벨
한글패치 제작 : 사과나무

고교 2학년째의 봄을 맞는 평범한 청년 후지타 히로유키. 그러나 실은 소꿉친구, 격투가, 오컬트 마니아, 로봇에 이르기까지 갖은 타입의 미녀들에게 둘러싸인 복 터진 녀석이었다. 어쩐지 올봄에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청춘을 즐길 수 있겠다 느낀 그는 이런 축복 받은 환경에서는 어떤 작업이라도 작품이 될 것이라는 무서운 사실을 깨닫게 되고 만다.

97년 최고의 히트작이자 아직까지도 수많은 열성 팬들을 간직한 투하트. 캐릭터 하나하나마다의 시나리오가 말 그대로 ‘작품’이다. 물론 이 걸출한 게임의 한글패치가 없다는 것은 하나의 모독이리라. 워낙 원작의 인기가 높았던지라 한글화 또한 최고의 아마추어 한글화 팀인 사과나무가 맡았다. 물론 기존 투하트 팬들이 인정할 만큼 퀄리티가 훌륭했다.

한글화 패치를 구하려면?
우선 당연한 말이겠지만 게임본체가 필요하다. 특히 DOS용 게임들은 DOS/V버전이 필요하다. 현재 제작사들은 더 이상 DOS/V버전의 게임들을 생산하고 있지 않지만, 요즘은 윈도우용 리메이크 판들 덕분에 옥션 등에서 중고 매물들이 많다.

또 이 게임들의 한글패치는 현재 제작자들이 활동하던 통신망 동호회들이 대부분 사라진 관계로 직접 홈페이지 등에서 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형 커뮤니티 나우누리 클럽자료실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한글패치 프로그램 자체가 저작권의 개념이 없는 카피백 프로그램이므로 개인적 용도라면 overnet이나 e-donkey 등의 P2P 소프트를 통해 받는 것도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코코로(心) - AARU (1998)
장르: 어드벤쳐
한글패치 제작: 산들바람

여동생 아스카와 함께 사는 수수께끼에 싸인 고교생 쿠온지 소우지. 성적도 우수하고 검도부의 에이스지만 무슨 일에도 의욕이 없는 삐딱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는 아스카의 친구인 마유미를 데리고 놀면서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소비하고 있었다. 점점 어둡게 변해 가는 소우지와 그를 둘러싼 소녀들. 그리고 그의 충격적인 과거가 밝혀진다. 

파격적인 근친상간, 동성애, 변태적 성애 묘사와 어둡다 못해 파멸적인 스토리로 미소녀게임계에 큰 충격을 던진 문제작. 일부 설정이 문제가 되어 일본에서 조차 초회판이 전량 발매금지가 되어 수정판으로 다시 나오기도 했다. 한글화 자체는 평범한 수준이며 패치 프로그램은 산들바람이 흡수된 팀인 TEAM BNS 홈페이지(http://teamblast.net/)에서 받을 수 있다.

화이트 앨범 - LEAF (1998)
장르 : 시뮬레이션 어드벤처
한글패치 제작 : 사과나무

고교시절부터 사귀고 있었던 연인 '모리카와 유키'에게서 연예계에 데뷔한다는 소식을 들은 주인공. 그녀의 활동이 바빠짐에 따라 만날 기회도 줄어들었고, 조금씩 사이도 서먹해져 갔다. 그리고 그녀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다른 소녀들. 과연 주인공은 유키를 계속 지켜주게 될 것인가? 아니면 그녀의 장래를 위해 다른 사랑을 찾게 될 것인가? 

비쥬얼 노벨이라는 장르에서 탈피하여, 주인공의 체력이 설정되고 캐릭터들의 호감도와 성격에 따라 대화의 화제가 달라지는 등, 정통 어드벤처에 시뮬레이션적 요소를 도입한 리프의 화이트 앨범. 시나리오에 한번 빠져들면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중독성 때문에 한때 ‘백색 마약’이라고 까지 불린 작품이다. 한글화 패치는 한글 폰트까지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등 굉장히 완성도가 높다.

화이트 앨범 한글패치 받는 법
화이트 앨범 한글 패치는 팀캐롯 홈페이지(http://teamcarrot.ucsoft.net/wa/)에서 받을 수 있다. 주의할 점은 화이트앨범 본체 2.1버전에 대응된 패치기 때문에, 패치를 안 한 사람은 먼저 리프사의 홈페이지에서 2.1 패치를 받아 인스톨해야 한다. 리프 홈페이지의 패치 관련 페이지 주소는 아래와 같다. (http://leaf.aquaplus.co.jp/support/sup_old.html)

Kanon - KEY (1999)
장르: 연애어드벤처
한글패치 제작: 산들바람

어느 눈 내리는 겨울날, 주인공은 7년 만에 사촌 나유키를 만나게 된다. 그 날부터 주인공은 나유키의 어머니인 숙모 댁에서 살게 된다. 새로운 집과 새로운 학교, 주인공을 맞아주는 소녀들. 그리고 되살아나기 시작하는 이 거리에서의 아름다운 만남이 펼쳐진다.

혹자는 제 2의 투하트라고 말하기도 하는, 두말할 필요 없는 히트작. 약간은 식상한 듯한 캐릭터 설정과 성의 없게 보이기도 하는 그림이 좀 아쉽지만 상당한 퀄리티의 시나리오와 잔잔한 감동을 주는 텍스트는 이런 단점들을 보완하고도 남는다. 인기에 힘입어 다양한 플랫폼의 비디오 게임기에도 이식됐고, TV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한글화 패치는 산들바람의 전작인 코코로에 비해 상당히 퀄리티가 높아졌다.

카논 한글화 패치 받는 방법
카논 한글 패치 프로그램은 산들바람이 흡수된 팀인 TEAM BNS 홈페이지(http://teamblast.net/)에서 받을 수 있다.

이상으로 그간의 아마추어 한글 패치 제작의 간략한 역사와 주요 타이틀들에 대해 소개를 마친다. 다음시간에는 이번에 다루지 못했던 게임들과 최신 한글화 패치 제작 타이틀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1월 기대신작 프리뷰
최근 일본 현지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최신 기대작들을 소개하는 코너. 이번 회에는 피아캐럿 시리즈로 유명한 F&C의 신작 루르블루와 화려한 풀타임 애니메이션의 스쿨데이즈에 관한 따끈따끈한 소식들을 모았다.

본격적인 캐릭터 재핑 시스템!
루르 블루

제작 : F&C
장르 : 재핑 노벨
공식 홈페이지 : http://www.fandc.co.jp/lb

20세기 초의 프랑스. 세실과 리즈 자매의 앞에 나타난 한 사람의 남자 프란츠.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왜 여기에 왔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가 기억을 되찾을 때까지 돌봐주기로 한 자매는 어느 틈인가 그를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 준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평화는 산산이 깨어져 버린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남자의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게임은 노벨 형태로 화면 전체에 표시되는 스토리 텍스트를 읽어가며 선택한 행동에 의해 이야기가 바뀌는 멀티 사이트, 멀티 엔딩의 노벨게임이다. 엘프의 수작 ‘이 세상의 끝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소녀 유노’에서 처음 선보였던 재핑 시스템을 도입하여, 캐릭터들의 시점 사이를 옮기면서 조금씩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흥미로운 형식이다. 게다가 캐릭터들도 참하니 더 바랄 것이 없도다.

경악스런 풀타임 애니메이션!
스쿨데이즈

제작: OVERFLOW
장르: 논스톱 애니메이션 어드벤쳐
공식 홈페이지: http://schooldays.0verflow.com/